외장하드 '먹통' 되고 10년 치 가족사진 날릴 뻔했습니다 (눈물 젖은 복구 후기, 지금 당장 '이곳'에 이중 백업하세요)


"데이터를 읽을 수 없습니다."

"아, 안돼..."

새벽 2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제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10년 치 가족사진,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첫걸음마, 유치원 재롱잔치, 아내와 함께한 여행의 모든 순간이 담긴 4TB 외장하드가... '먹통'이 되었습니다.

컴퓨터에 연결하자 '띠링-' 하는 경쾌한 연결음 대신, '드드득... 틱... 드드득...' 하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불길한 소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몇 초간의 정적 끝에 윈도우 화면에 뜬 메시지.

'F:\에 액세스할 수 없습니다. 파일을 읽을 수 없습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새로 산 노트북에 사진을 옮기려고 했을 뿐인데, 10년의 추억이 단 몇 초 만에 '읽을 수 없는 데이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외장하드 먹통 현상'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지옥 같았던 며칠간의 기록이자, 수십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데이터를 되찾은 '눈물 젖은 복구 후기'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만큼은 저와 같은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제가 왜 데이터를 날릴 뻔했는지(치명적 실수), 어떻게 복구했는지(과정), 그리고 지금 당장 여러분의 소중한 데이터를 '어디에' 이중 백업해야 하는지(해결책)에 대한 모든 것을 공유하려 합니다.


만약 여러분의 데이터가 '단 하나의 외장하드'에만 저장되어 있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십시오. 당신의 10년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1. 지옥의 시작: 10년의 추억이 '물리 배드섹터'가 되기까지


모든 비극은 "나중에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에서 시작됩니다.


(1) 저의 백업 상태: 위험천만 '단일 스토리지'


저는 나름 IT 기기에 익숙하다고 자부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백업의 중요성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백업 방식은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습니다.

  1. 원본 (PC): PC의 C드라이브, D드라이브에 사진과 영상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2. 1차 백업 (외장하드): 이것이 문제의 4TB 외장하드(Seagate)였습니다. 저는 이것을 '백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메인 저장소'였습니다. PC 용량이 부족해지면 원본을 이 외장하드로 '이동(Cut & Paste)'시킨 후 PC에서는 지웠으니까요.

즉, 제게 '백업본'은 없었습니다. 오직 '원본'만 2개(PC, 외장하드)로 나뉘어 존재했을 뿐입니다. 이것이 제가 저지른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2) 그날의 상황: '드드득' 죽음의 클릭 소리 (Click of Death)


문제의 그날, 저는 외장하드를 노트북에 연결했습니다. 평소처럼 잘 작동하던 드라이브였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유독 인식 속도가 느렸습니다. 폴더를 여는 데 5초 이상 걸렸고, 사진 썸네일이 뜨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불안한 마음에 케이블을 뺐다가 다시 꽂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문제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드드득... 틱. (정적) ... 드드득... 틱.'

이 소리는 하드디스크 내부에서 데이터를 읽는 '헤드(Head)'가 디스크 '플래터(Platter)'를 긁거나, 정상 위치를 찾지 못해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나는 소리입니다. 일명 **'죽음의 클릭(Click of Death)'**이라고 불리는, 하드웨어 고장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저는 이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기에, 가장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릅니다.


(3)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제가 했던 3가지 실수)


데이터 복구 전문가들이 "데이터 손상 시 절대 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을 저는 모두 다 해버렸습니다.

  1. 무한 재연결: "케이블 문제일 거야", "USB 포트가 불량인가?" 스스로를 위로하며 10번 넘게 하드를 뺐다 꽂았습니다. (이 행동은 손상된 헤드가 멀쩡한 데이터 영역까지 긁어버리는, 복구율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최악의 행동입니다.)
  2. chkdsk (디스크 검사) 실행: "논리적 오류일 수도 있어!" 윈도우의 '디스크 검사' 기능을 실행했습니다. 물리적 손상(하드웨어 문제)이 있는 드라이브에 디스크 검사를 돌리는 것은, 부러진 다리로 마라톤을 뛰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태를 극도로 악화시킵니다.
  3. 무료 복구 프로그램 실행: 다급한 마음에 'Recuva', 'EaseUS' 같은 무료 복구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스캔을 시작했습니다. 스캔은 1%도 진행되지 않았고, 외장하드에서는 '끼기긱' 하는 비명 같은 소리만 들려왔습니다.

결국 1시간의 사투 끝에 외장하드는 '인식 불능' 상태가 되었습니다. '내 컴퓨터'에서는 아예 사라졌고, '디스크 관리'에 들어가서야 '알 수 없는 디스크', '초기화되지 않음'이라는 절망적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눈물의 복구 과정: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복구의 갈림길

"제발... 소프트웨어 문제여라."

데이터 복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소프트웨어(논리) 복구: 파일 삭제, 포맷, 파티션 손상 등. 하드웨어는 정상이지만 데이터 구조만 망가진 상태. 상대적으로 복구율이 높고 비용이 저렴합니다. (집에서 프로그램으로 시도 가능)
  2. 하드웨어(물리) 복구: 침수, 충격, '저처럼' 헤드/모터 손상, PCB 기판 고장 등. 하드웨어 자체가 망가진 상태. 비용이 매우 비싸고, '클린룸' 같은 전문 시설이 필요합니다.

저는 제발 1번이길 바라며 밤새 복구 프로그램을 돌렸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드드득' 소리가 났다는 것은 이미 2번, 즉 물리 복구가 필요하다는 신호였습니다.


(1) 지옥의 문턱: 복구 업체 선정과 견적


다음 날 아침, 저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데이터 복구 센터 3곳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그들의 진단은 모두 같았습니다.

"고객님, '드드득' 소리가 나셨다고요? 그건 헤드 손상입니다. 절대 전원 더 넣지 마시고 바로 입고하셔야 합니다. 그 소리 날 때마다 데이터가 갈려나가는 겁니다."

비용을 물었습니다.

  • A업체: "물리 복구 기본 30만 원, 헤드 교체 시 부품 비용 20만 원 추가, 총 50만 원부터 시작입니다."
  • B업체: "4TB 모델은 자재 구하기가 어려워 60~70만 원 예상하셔야 합니다."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10만 원대에 구매한 외장하드를 살리는 데 60만 원이라니요. 하지만 그 안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10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살려야 한다."

저는 결국 후기가 가장 많고 신뢰가 가는 용산의 한 업체에 직접 방문했습니다. 엔지니어는 제 하드를 받자마자 조용한 방에서 소리를 들어보더니 고개를 저었습니다.

"헤드 불량이 맞네요. 이건 1~2일 정도 걸리는 작업이 아니라, 동일 모델의 '자재 하드(부품용 하드)'를 구해서 헤드를 이식해야 합니다. 최소 3일, 길면 일주일 걸립니다."


(2) 3일간의 기다림, 그리고 "복구 완료"


하드를 맡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에게 차마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사진... 다 날아간 것 같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삼켰습니다.

  • 1일 차: 아무 연락이 없었습니다.
  • 2일 차: "자재 하드를 구해서 작업 중"이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 3일 차 (오후): 전화가 울렸습니다.

"고객님, 복구 완료됐습니다. 데이터 목록 99% 이상 나왔고요. 헤드가 플래터 일부를 긁어서(스크래치) 특정 영상 파일 몇 개는 깨졌는데, 사진은 거의 다 살렸습니다."

온몸에 힘이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총비용은 부가세 포함 58만 원이었습니다.

비싼 '수업료'였습니다. 하지만 10년 치 추억을 58만 원에 되찾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습니다. 업체에서 새로 구매한 4TB 외장하드에 데이터를 모두 백업해 주었고, 저는 그 하드를 신줏단지 모시듯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3. 왜 하필 내 외장하드가? (HDD를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저는 억울했습니다. 떨어뜨린 적도 없고, 물에 빠뜨린 적도 없는데 왜 고장 났을까요? 엔지니어의 설명은 충격적이었습니다.

(1) HDD는 '소모품'이다 (그것도 아주 예민한)

우리는 외장하드를 '영구적인 저장소'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HDD(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고 기계적인 장치입니다.

  • 내부에는 LP판처럼 생긴 '플래터'가 1분에 5,400~7,200번 초고속으로 회전합니다.
  • 그 위를 '헤드'라는 부품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더 미세하게 떠다니며 데이터를 읽고 씁니다.

즉, 고속으로 회전하는 부품이 24시간 붙어있는 셈입니다. 언젠가는 고장 날 수밖에 없는 '소모품'입니다.


(2) 외장하드 고장의 주범 TOP 3


  1. 물리적 충격 (낙하): 가장 흔한 원인. 작동 중에 살짝 툭 치는 것만으로도 헤드가 플래터를 긁어 '배드섹터'를 만듭니다.
  2. 불안정한 전원 공급: 이게 제 경우일 확률이 높았습니다. PC의 USB 포트 전력이 불안정하거나, 저가형 케이블을 사용하거나, '안전 제거' 없이 케이블을 확 뽑아버리는 행동이 반복되면 헤드에 치명적인 손상을 줍니다.
  3. 자연 노화: 아무리 잘 써도 수명(보통 3~5년)이 다하면 모터가 고장 나거나 헤드가 맛이 갑니다. "가만히 뒀는데 고장 났다"는 경우가 바로 이것입니다.

저는 '안전 제거'를 거의 하지 않았고, 5년 넘게 이 하드를 사용해왔습니다. 고장은 예견된 일이었던 것입니다.



4. 지금 당장 '이곳'에 이중 백업하세요 (저의 새로운 시스템)

58만 원짜리 값비싼 교훈을 얻은 저는, 즉시 백업 시스템을 전부 갈아엎었습니다. 다시는 그 지옥을 경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결론은 간단합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데이터 백업의 황금률로 불리는 '3-2-1 법칙'을 적용했습니다.


[데이터 백업 3-2-1 법칙]

  • 3개의 복사본을 유지하라 (원본 1 + 사본 2)
  • 2개의 다른 미디어(장치)에 저장하라 (예: PC와 외장하드, 또는 외장하드와 클라우드)
  • 1개는 반드시 '오프사이트(Off-site)', 즉 물리적으로 다른 장소에 보관하라 (화재, 도난 대비)

이 3-2-1 법칙을 적용한, 제가 현재 사용하는 완벽한 '이중 백업' 시스템을 공개합니다. 바로 *NAS'와 '클라우드'의 조합입니다.


(1) 1차 백업 (로컬): NAS (Network Attached Storage)


외장하드에 또 백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언제든 또 '벽돌'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NAS(나스)'**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 집에 두는 개인용 클라우드 서버'입니다.

  • 장점:
    • RAID 1 (미러링): 제가 NAS를 선택한 핵심 이유입니다. NAS에 하드디스크를 2개 장착하면, 1번 하드에 사진을 저장하는 순간, 2번 하드가 실시간으로 똑같이 복제합니다. 즉, 하드 1개가 '벽돌'이 되어도, 나머지 1개에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로컬 백업입니다.)
    • 편의성: 집 안 어디서든(와이파이), 밖에서도(인터넷)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NAS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처럼)
    • 비용: 초기 구축 비용(기기값+하드값)은 들지만, 월 이용료가 없습니다.
  • 단점: 초기 설정이 조금 복잡하고, 기기 구매 비용이 듭니다. (저는 Synology 2베이 모델을 약 40만 원대에 구축했습니다. 58만 원 복구비보다 저렴했죠.)

이제 저희 집 모든 사진(원본)은 PC가 아닌 이 NAS에 저장됩니다. 그리고 NAS 내부에서 자동으로 2중 백업(RAID 1)이 돌아갑니다.


(2) 2차 백업 (오프사이트): "이곳" = 클라우드 스토리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3-2-1 법칙의 마지막 '1 (오프사이트)'이 남았습니다.

만약 집에 불이 나거나, 도둑이 들어 NAS 자체를 훔쳐간다면? (하드 2개가 동시에 망가진다면?) 모든 데이터가 또 사라집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족사진, 중요 문서)'**만큼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이곳', 즉 **클라우드(Cloud)**에 3차 백업을 합니다.

저는 '구글 원(Google One)'을 선택했습니다.

  • Google One (구글 드라이브/포토):
    • 이유: NAS(Synology)와 완벽하게 연동됩니다. 'NAS의 특정 폴더(가족사진 폴더)를 구글 드라이브와 실시간 동기화'하도록 설정해두었습니다.
    • 작동 방식: 제가 폰으로 사진을 찍음 -> NAS에 자동 저장됨 (1차 백업) -> NAS 내부에서 2번 하드에 자동 복제됨 (2차 백업) -> NAS가 밤사이에 구글 드라이브로 자동 업로드함 (3차 백업).
    • 비용: 2TB 요금제 (월 11,900원 또는 연 119,000원)

이제 저는 집에 불이 나도, NAS가 통째로 망가져도, 구글 서버 어딘가에 제 10년 치 추억이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습니다.


(3) 왜 '클라우드'가 필수인가?


NAS가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클라우드'만이라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 네이버 MYBOX: 월 1만 원대에 2TB를 제공합니다. PC와 자동 동기화 기능이 훌륭합니다.
  • Microsoft OneDrive: MS오피스 365(가족용)를 구독하면 1인당 1TB씩, 총 6TB를 제공합니다. 가성비가 가장 좋습니다.
  • iCloud: 아이폰 유저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커피 몇 잔 값 아껴서 월 1만 원짜리 클라우드 요금제에 가입하는 것이, 나중에 58만 원짜리 복구 비용과 며칠간의 지옥을 경험하는 것보다 100배 현명한 선택입니다.




5. 맺음말: 당신의 '단 하나뿐인' 외장하드는 안녕하십니까?


제 4TB 외장하드는 58만 원짜리 '데이터가 텅 빈' 벽돌이 되어 책상 서랍에 잠들어 있습니다. 저는 가끔 그 하드를 만져보며 그날의 공포를 되새깁니다.

데이터는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것입니다. 외장하드는 '백업'이 아니라 '또 하나의 원본'일 뿐입니다.

이 글을 다 읽으셨다면, 지금 당장 여러분의 데이터를 확인해 보십시오.

  1. PC와 외장하드, 딱 두 군데에만 데이터가 있진 않으신가요?
  2. 그 외장하드를 '안전 제거' 없이 뽑고 계시진 않으신가요?
  3. 그 외장하드를 산 지 3년이 넘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당신도 '예비 벽돌'을 하나 안고 계신 겁니다.

지금 당장 구글 포토든, 네이버 MYBOX든, 월 1만 원짜리 클라우드 서비스에 가입하고 '자동 동기화' 버튼을 누르십시오.

그것이 당신의 10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저렴한 보험입니다. 저처럼 58만 원짜리 눈물의 영수증을 받아 들고 싶지 않으시다면 말입니다.